꽃들이 만개한 정원 여행

심플하고 소박한 정원에 사계절 내내 꽃이 피는 나라, 영국.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의 정원을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인 삶의 철학과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정원 투어는 영국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여행이다. 유명 관광지를 찍고 돌아서는 여행이 아닌, 정원을 찾아 꽃잎을 만지고 꽃향기도 맡으며 의자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왜 영국 사람들이 그토록 정원을 사랑하는지 느껴보는 정원 여행을 떠나보자.

변화무쌍하고 을씨년스러운 긴 겨울을 보내는 영국 사람들은 봄을 무척 반긴다. 봄이 오면 꽃과 허브, 묘목을 개인 정원에 심느라 손길이 바빠진다. 영국에서는 얼마나 근사한 개인 정원을 갖고 있느냐가 부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대중을 위해 개방된 공원과 정원이 3000여 곳이나 될 정도로 정원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영국 정원의 진수, 큐 가든

영국의 정원 가꾸기 문화는 영국인의 야외 활동과 함께 꾸준히 진화되었다. 특히 1975년부터 1780년까지 일어난 원예 운동(The English Landscape Movement)은 인공적이고 장식적인 정원 양식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정원 문화의 변화를 이끌었다. 가드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켄트가 설계한 큐 가든(The Royal Botanic Gardens, Kew)이 대표적이다.

큐 가든은 ‘큐 가든(Kew Garden)’ 또는 ‘큐(Kew)’라 불리는 영국 런던 남서부의 리치먼드 어폰 템스 런던 자치구(London Borough of Richmond upon Thames)의 교외 지역인 큐(Kew)에 템스강 남쪽 강변을 따라 조성돼 있다. 1759년 개원한 이래 수세기에 걸쳐 수집한 식물과 광범위한 관련 자료를 보유해 식물 다양성과 실용식물학 연구에 공헌해온 곳으로,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가장 영국적인 정원으로 손꼽힌다. 큐 가든의 특징은 풍경식 정원이라는 점이다. 당시 유럽에 유행한 프랑스식 평면기하학 정원과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며, 넓은 잔디와 숲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꾸몄다.

큐 가든은 1759년 리치먼드 궁전 한편의 아담한 정원에서 시작되었다. 웨일스 조지 3세의 어머니 아우구스타가 사유지 3.5헥타르를 식물원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식물원 안에 붉은 벽돌로 지은 큐 궁전(Kew Palace)은 식물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조지 3세가 즐겨 찾던 여름 별장이었다. 이후 1772년, 식물학자 조지프 뱅크에 의해 식물원으로서 규모를 갖추기 시작했으며 1852년에는 팜 하우스와 도서관, 식물표본실이 들어섰다. 큐 가든은 세계 최대의 온실 정원 그 차체만으로도 가치가 높은데, 트로피컬 식물이 자라는 온실 정원, 장미 정원, 팜 하우스, 탬퍼레이트 하우스, 웨일스 왕자관 등에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웨일스 왕자관에서는 희귀 식물과 함께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기후대를 체험할 수 있어 늘 관람객으로 붐빈다.

큐 가든에는 코카시안 느릅나무와 밤나무로 둘러싸인, 동양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건축물 파고다(Pagoda)가 있다. 1761년 10층으로 만든 파고다는 중국 탑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큐 가든을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4시 15분
주소: Kew, Richmond, TW9 3AE
문의: www.kew.org

세계 최대의 정원 축제, 첼시 플라워 쇼

올봄, 영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영국에서 가장 큰 봄 행사인 ‘첼시 플라워 쇼(Chelsea Flower Show)’를 놓치지 말 것. 18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매년 펼쳐진 정원 및 예원 박람회인 첼시 플라워 쇼는 오랜 역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영국왕립원예협회(RHS)의 주관으로 매년 5월 중순에 진행하는데, 개막일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참석한다. 행사 기간 내내 영국 국영방송 BBC가 생중계할 정도로 영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꽃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며, 런던의 부촌인 첼시의 은퇴한 군인들이 노년을 보내는 왕립병원(Royal Hospital) 정원에서 5일간 열린다. 꽃으로 구현하는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있는 이 행사에는 매년 30여 개의 전시 정원 작품이 참여한다. 우수 작품에는 골드 메달, 실버길트, 실버 메달, 브론즈 메달을 수여한다. 또 새로 개발한 식물을 판매하는 전시장, 재즈 공연이 펼쳐지는 야외무대, 샴페인을 판매하는 부스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창의적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쇼 가든(Show Garden). 심사를 통해 선정한 가든 디자이너들의 감각적인 정원이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얼마 전, ‘2018 첼시 플라워 쇼’를 앞두고 라인업이 공개되었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가 혁신적 디자인과 기술로 조성하는 쇼 가든 10개와 재탄생한 전통적 디자인과 재료를 현대적 접근 방식으로 표현하는 아티젠 가든(Artisan Garden) 8개, 스페이스 투 그로(Space to Grow) 8개 등 총 26개의 정원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첼시 플라워 쇼에서는 작은 정원, 도시 정원, 야생동물 친화 정원, 지중해 정원, 현대 정원, 정식 정원, 코티지 정원까지 다양한 정원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간: 5월 22일~26일(화~금요일 오전 8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8시~오후 5시 30분)
주소: London Gate, Royal Hospital Rd., Royal Hospital Chelsea, London, SW3 4SR
문의: www.rhs.org.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