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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절대로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가장 흔하고, 가장 일상적인 인간의 생활과 더불어 대단하지 않게, 소소한 모습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살을 붙여가며 발전한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것이 문화이며, 인간이 먹고사는 식생활에서 발전 중인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글_백경화

- 와인 칼럼니스트

와인 생산지를 분류할 때는 흔히 올드 월드(Old World)와 뉴 월드(New World)로 나눈다. 그리고 요즘 들어 와인의 시초라는 조지아(그루지아) 와인과 빈산토(디저트 와인)로 유명한 그리스 와인이 독특한 와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올드 월드와 뉴 월드의 카테고리에 들지 않은 기타 와인으로, 시장도 작아 쉽게 구할 수 없을뿐더러 아로마와 풍미도 기존에 마시던 와인과는 완전히 다르다. 낯선 맛이지만 매우 당연한 일이다.

이는 와인은 식문화로 발전해왔고 식문화는 그것을 이루는 생활 방식과 더불어 진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타 지역의 와인들은 수출 상품으로 발전되기보다는 내수용으로 소비되었기에 와인의 스타일은 시장의 유행과 무관하게 발전해왔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유행은 있을지언정 대표적이고 고정적인 스타일에 비교해 가치가 없는 와인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내 입맛에 낯선 와인은 있을지언정 나쁜 와인은 없다는 말이다. 어느 날 우연히 맛본 와인이 낯설다면 그 와인이 생산된 곳의 문화와 더불어 스토리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와인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더해 즐거운 와인 생활을 지속시키는 방법이다.

가장 일본적인 고슈(Koshu)와인

기타 지역의 와인 중 우리 입맛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재미있는 와인 생산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타국의 음식을 일본화하면서 일본 음식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솜씨를 지녔다. 우리가 자주 먹는 돈가츠, 라면, 카레, 지방이 많은(마블링이 좋은) 소고기, 오므라이스 등 우리 입에도 익숙한 음식이 사실은 타국의 음식이 일본화된 것들이라고 알게 된 순간 원래의 음식과는 다른 모습일지라도 성실하게 일본화된 맛이라는 생각에 놀란 기억이 있다.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토착 품종이나 유럽 품종의 포도를 일본에서 재배해 생산한 와인이나 그 수준은 상상 외로 훌륭한 경우가 많다. 굳이 다른 와인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일본 음식과의 매칭에는 일본 와인이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일본의 토착 품종으로 가장 유명한 와인은 고슈(Koshu)다. 지역의 소규모 와이너리뿐 아니라 주류 대기업인 선토리(Suntory)에서도 고슈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의 샤르도네라 불리는 고슈는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청포도 품종으로 스위트 와인에서 드라이 와인까지 다양한 당도의 와인을 생산한다. 깨끗하고 청아한 보디가 인상적이며 단맛을 가미하면 리슬링에서 느낄 수 있는 꿀이나 흰 꽃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시음 온도가 낮으면 시원한 배 향도 난다. 여기까지라면 유럽산 포도 품종을 흉내 낸 아류라고 할 수 있지만, 고슈는 다른 화이트 와인에서는 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고슈의 산미는 사케를 닮았다.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운 산미는 와인의 생동감을 더할 정도로만 자제력 있게 살아 있어 간을 많이 하지 않아 슴슴하고 식감이 부드러운 일본 음식과 함께할 경우 와인이 혼자 도드라지지 않는다. 잘 숙성되어 감칠맛 나는 생선회나 초밥 그리고 이에 더해진 맛간장, 생와사비의 맛과 향까지 어울리는 고슈는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우아함을 능가한다. 고슈 역시 온도가 중요하다. 향보다는 질감을 살려 마실 때 더욱 맛있다.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의 음용 온도보다는 살짝 낮게 마시면 맑고 깨끗한 질감과 부드럽게 살아 있는 산미를 느낄 수 있다. 식욕을 돋우면서 입안을 깨끗하게 만들어주기에 함께 먹는 음식을 더욱 맛있게 한다. 반주용 와인으로는 최적이다.

풍성한 향이 예술인 홋가이도 하스컵(Hascup) 로제

고슈가 일본 와인의 대표적 포도 품종이라면, 포도는 아니지만 와인을 생산하는 재료로 홋카이도의 토착 품종 와인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포도를 재료로 하지 않았으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와인으로 '오미 로제'가 있는데 그와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하스컵'(Hascup 혹은 Haskup)은 '댕댕이나무' 열매인 베리류로, 이를 이용한 로제 와인은 홋카이도의 특산물인 게와 아주 잘 어울린다. 재료가 포도가 아니기에 입안을 조이는 타닌은 느낄 수 없다(해산물의 타닌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베리류의 잔잔한 단 향과 찐 게에서 나는 풍성한 향은 식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식욕을 자극한다. 하스컵 로제는 향으로 마시는 와인이다. 깨끗한 질감의 보디와 잔잔하게 감도는 베리류의 단 향은 풍미가 복잡하진 않다. 다만 이 로제 와인의 미덕은 함께 먹는 식자재의 풍미를 배가해준다. 굳이 대게가 아니어도 로브스터, 새우라든가 숙성이 잘된 방어회 등과 함께 마시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물론 이 로제 와인은 올드 월드의 와인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지역의 음식 문화와 더불어 맛의 변화를 거치며 지금에 이르지는 않았겠지만, 생산자가 생각하는 와인의 방향은 그가 생활해온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좀 더 상상을 보탠다면, 생산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와인 생산을 주 목표로 삼았을 테고 그 점은 필연적으로 지역의 특산물과 보기 좋게 어울리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추운 계절에 마실 술이라고 하면 더운 계절보다는 알코올 농도가 높고, 여름보다는 질감도 센 풀보디의 술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 달리해보면, 기온이 떨어지면서 다양해진 해산물과 더불어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양념 없이 즐길 수 있는 생선회라든가 찌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조리 방법으로도 풍미를 즐길 수 있는 해산물, 그리고 해산물의 천국인 일본에서 그들의 식생활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와인을 함께 즐기는 것. 와인을 독특하게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신선한 굴과 함께 즐기는 샤블리는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정석으로, 와인 애호가라면 신선한 생굴과 레몬즙 약간, 그리고 한 잔의 샤블리를 마시는 사진 한 장쯤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인생을 즐기는 여유로운 순간의 대명사처럼 보인다. 여기에 조금 마이너적 감성을 더하고, 유머를 더하면 차별화된 유니크한 일상을 즐길 수 있다.

2017년 겨울은 이제까지의 겨울보다 한발 더 진보된 일상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감성으로, 치얼스!

How wine can be a cultural product

Culture cannot develop autonomously. The same goes for wine which is continuously developing with our eating habits. It is because food culture progresses with our life style. When classifying wine production area, it is usually divided into old world and new world. Nowadays, Georgia Wine, called the birth of wine, and Greece Wine, famous for dessert wine, Vin Santo, have become very popular and unique. They are not categorized as either Old or New world but rather as a category of its own. Its market is very small and is difficult to find. Its aroma and flavor is also very different from those of common wine. There is a region in which its wine is familiar yet unfamiliar to Korean’s taste. It is Japan. Wine produced in Japan using Japanese native grapes or European species cultivated in Japan has a level of taste that over exceeds your expectation. It can be said that Japanese food pairs perfectly with Japanese wine.
The most famous Japanese native species is the Koshu. Chardonnay of Japan, Koshu is a type of a green grape for white wine and is used to make a variety of wine including sweet wine and dessert wine. Koshu may be the representative grape species for Japanese wine, but Hascup rose, a plant species native in Hokkaido, is another major wine ingredient. Hascup is a type of a berry from edible deepblue honeysuckle. Rose wine made from this ingredient goes well with the region’s specialty, crabs. As the main ingredient is not grapes, the tingly taste of tannin does not exist. Smooth and clean taste and sweet scent of the berry is not complicated. However, the rose wine does multiply the taste of food that is consume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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