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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사라져가는 옛것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춘천 약사동의 망대골목은 어릴 적 뛰어놀던 우리네 골목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들의 삶에 대한 애착과 열정 가득한 육림고개까지. 소박한 우리네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춘천 골목 투어를 떠나보자.

글_지안

사진_윤서하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중략)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춘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이 노래 하나만으로도 춘천의 오래된 낭만과 감성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차는 아니지만 춘천 가는 버스에 올라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향하는 이유는 약사동 망대골목을 탐방하기 위해서다. ‘망대’는 말 그대로 ‘전망대’의 줄임말로 망대의 역사는 뼈아픈 역사를 지닌 일제 강점기에서 시작된다. 화재를 감시하기 위한 용도로 약사동 가장 높은 곳에 망대를 세운 것에서 이름 붙은 망대골목. 그곳에 가면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 골목의 아련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서민의 희로애락이 빚어낸 골목길

춘천터미널에서 내려 망대골목까지는 차로 10분 남짓 걸린다. 망대골목에 들어선 초입, 적막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초겨울의 신선한 공기가 피부에 닿아 청량한 느낌마저 든다. 사진에서 본 ‘망대 가는 길’ 표지판을 찾지 못해 길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에게 망대로 올라가는 길을 물었다. 가던 길을 되돌아오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친절하게 알려주는 모습에서 남다른 정이 느껴졌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기대수퍼’는 망대골목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어렵던 시절, ‘마을 사람들끼리 기대 살자’는 뜻으로 이름 지었다고. 슈퍼마켓을 마주 보고 비좁은 골목 하나를 발견했다. 골목 옆 담벼락에 ‘망대 가는 길’이라고 쓰여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한참 올라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망대는 반전을 안겨주었다. 예상보다 오르는 길이 훨씬 수월했기 때문. 일행은 그것도 모르고 사납게 짖는 하얀 개를 무시한 채 더욱 깊숙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골목 끝에 다다랐을 때 길이 끝났음을 깨닫고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백발에 인상이 푸근한 할머니가 집에서 나오시더니 우리가 찾던 망대를 손짓으로 가리키신다. 고개를 돌려 올려다보니 우리가 찾던 망대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게 아닌가. 민망함에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은 후 할머니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아쉽게도 망대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할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시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만 망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망대 꼭대기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망대 곁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니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여행자에게 말을 건네는 벽화

망대골목은 우리나라 3대 미술가 중 한 명인 박수근(1914~1965) 화백이 춘천에 머물며 막노동을 하던 장소이자 현대 조각의 문을 연 조각가 권진규(1922~1973) 역시 춘천고보(춘천고등보통학교)시절 3년 동안 하숙을 한 곳이다. 어렵던 시절, 예술가들의 힘겨운 삶을 배경으로 간직하고 있는 곳. 망대에서 내려오는 골목 곳곳의 낡은 담벼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거리여서인지 벽화를 보면서도 남다른 감회가 느껴진다. 약사아파트 뒤편에 자리한 약사리 고개 사이 오래된 골목 250m 구간의 아기자기한 벽화 제작은 망대 골목에 살고 있는 화가 박근수 씨의 주도로 약사명동새마을지도자협의회의 기금, 지역 주민의 재능 기부로 이뤄졌다고 한다.

벽화가 아니었다면 마을은 조금 더 삭막하고, 낡은 담장은 더욱 쓸쓸해 보였을 것 같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정겨운 분위기의 벽화는 여행자의 마음에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담장 위를 사뿐히 걸어 다니는 고양이를 형상화한 벽화.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고양이 한 마리가 지붕 위를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그 장면이 오버랩 되었다.

하지만 이곳은 골목 일대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망대에서 조망할 수 있던 아리랑 골목은 현재 공사가 진행되어 이미 반쯤은 사라지고 없었다. 많은 이들의 추억이 살아 숨 쉬는 오래된 마을도 개발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조금 더 곁에 두고 보고 싶은 것이 편리함을 위한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어김없이 사라져가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죽림동 성당과 중앙시장 탐방

먼 길을 달려왔는데 망대 골목길만 돌아보기엔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 가까운 곳에 자리한 춘천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를 옮겼다. 망대골목을 내려오면 만나는 약사천을 지나 길 하나만 건너면 '죽림동 주교좌성당'을 만날 수 있다. 1953년 미군과 교황청의 지원으로 지은 고딕 양식의 석조 성당으로서 2003년 등록문화재 제54호로 지정된 곳이다. 또 춘천의 첫 번째 성당이라 의미를 더한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잔디밭과 목조 건물을 지나 보이는 성당의 정면 중앙에 우뚝 선 종탑이 인상적이다. 지친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기 좋은 성당 언덕에서는 반대편에 자리한 망대를 조망할 수 있다.

종교를 막론하고 마음에 평안을 주는 성당을 뒤로하고 향한 곳은 춘천 중앙시장. 2002년에 방영한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시장이다.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였다고. 현재는 춘천 시민이 애용하는 시장이지만 평일 낮이라 한산한 분위기였다. 중앙시장 내 이어진 명동길에는 배우 배용준, 최지우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오가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상 아래에는 드라마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두 배우의 핸드프린팅, 사인이 전시되어 있다.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다. 명동길은 갖가지 의류, 화장품 등 쇼핑과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어 이름도 같은 서울의 명동을 연상시킨다.

청년들의 이유 있는 움직임, 육림고개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본 춘천 육림고개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마침 춘천에 온 김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명동길에서 100m 정도 벗어나면 요즘 춘천에서 가장 주목받는 거리 중 하나인 육림고개로 이어진다. 육림고개는 작은 상점으로 이루어진 골목으로, 고개에서 아래까지 중앙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춘천의 명소였던 이곳은 대형 마트와 개발로 인해 소비 패턴이 바뀌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빈 상점이 늘면서 급격하게 쇠락했다. 그 후 제2의 부흥기를 꿈꾸며, 춘천시와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단을 만든 뒤 청년 상인들이 상점을 운영하기 시작해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육림고개는 레스토랑, 공방, 카페, 주점 등 특색 있는 청년 상가가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40년이 넘는 오래된 상점과 청년들의 상점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상점 이름도 독특한데 꼬매고, 꼬삔이, 조선커피로스팅하우스, 육림닭강정, 개미촌주막, 꽃술래, 춘천호떡, 카페처방전, 서민슈퍼, 서민주막, 사라락, 살람프레, 춘천핫떡, 경양식 1988, 니르바나, 육림도나쓰, 세렌디온 등 저마다 신선한 감각과 아이디어로 무장했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독특한 콘셉트를 지닌 상점을 돌아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 청년들의 땀과 열정으로 이뤄진 만큼 흔한 골목 상점이 아닌 문화 공간이자 명소로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바란다.

Walking through the lost time “Watchtower alley and forest mountain in Yaksa-dong, Chuncheon’

People are destined to miss old things that are disappearing as modern civilization develops. The watchtower alley in Yaksa-dong, Chuncheon, retains the old scenery of our alley where we once played as a child. The history of the watchtower begins with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It was built on the highest ground in the region to monitor fire. You will be able to feel the dim old alley that invites the nostalgia of childhood. Let's take this winter to tour the alley in Chuncheon to feel the life and love of the young people and Yuklim hill full of pa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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