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스웨덴 말뫼의 힐리 지역에 들어선 엠포리아 쇼핑몰은 화환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과 2만7000㎡의 규모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신도시에 들어선 평범한 쇼핑몰이 아니다. 도시를 시각적, 형태적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건축 자재와 공간을 제공하며 21세기 스웨덴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한다.

ⓒ Perry Nordeng

말뫼의 관문

말뫼는 스웨덴의 3대 도시 중 하나다. 에레해협과 인접한 말뫼는 항구도시의 이점을 살려 1970년대까지 조선업이 번성했으나, 1975년을 기점으로 도시가 쇠퇴해 실업자가 급증한 1990년대에는 극심한 불경기를 겪게 되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 정부는 외레순드 다리를 건설해 덴마크와 유럽으로 통하는 스웨덴 관문으로서 질적 변화를 꾀했고, 도시의 주요 산업을 지식 및 문화 산업으로 전환했다. 1998년에 설립한 말뫼 대학교가 지식 산업의 거점이라면, 외레순드 다리의 시작점인 힐리 지역의 신도시는 문화 및 쇼핑의 거점으로 개발되었으며, 엠포리아 쇼핑몰은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 Tord-Rikard Söderström

스웨덴 건축의 현대성

엠포리아 쇼핑몰은 공모전을 통해 윈가드아키텍츠를 이끄는 게르트 윈가드(Gert Wingårdh)로 설계자를 결정했다. 게르트 윈가드는 스웨덴에서 존경받는 중견 건축가로 2003년 설계한 미국 워싱턴의 스웨덴 하우스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윈가드는 북유럽 풍토를 바탕으로 근대건축을 확립한 알바 알토와 스페레펜의 영향을 받으며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스웨덴의 자연, 기후, 지역 재료에 대한 이해와 그것들의 합리적 사용을 기반으로 건물을 설계한다. 이와 동시에 그의 건축물이 눈길을 끄는 것은, 과감한 방법으로 재료를 사용하고 다양한 색 접목, 기하학 요소를 반복해 건축에 재미(playful)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위트 넘치는 그의 건축은 현대성을 보여준다고 평가받고 있다.

ⓒ Tord-Rikard Söderström

ⓒ Tord-Rikard Söderström

이중적 의미의 주 출입구 공간

엠포리아 쇼핑몰은 두 얼굴을 지녔다. 판테온의 기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완성한 월계관 형태의 주 출입구를 건물의 동쪽과 서쪽 방향에 같은 형태로 디자인했다. 그러나 도시의 얼굴을 만들고자 한 의도는 각기 다르다. 힐리역 대각선 방향으로 방문자의 시선을 끄는 동쪽 입면은 평범한 주변 빌딩에 어울리면서도 극적으로 대비되는 다이내믹한 주 출입구 공간을 갖추었다. 태양에 반사되어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는 황금색 유리 곡면 주 출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사무실 공간을 지나 쇼핑몰에 다다른다. 이는 주변 도시와 조화를 이뤄 자연스럽게 쇼핑몰 안으로 방문자를 인도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이와 반대로, 서쪽 출입구는 같은 형태를 띠지만 화려한 색의 주차장 입면과 더불어 파란색 유리 곡면을 완성함으로써 외레순드 다리를 타고 넘어온 방문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러한 설계는 주변 상황(context)을 면밀히 관찰하고 해석한 뒤 각기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 윈가드의 설계 기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입면에 광고판을 붙이면 어디서든 쇼핑몰임을 알 수 있는 일반적 쇼핑몰과는 확실히 다르다.

ⓒ Traian Cimpeanu

ⓒ Tord-Rikard Söderström

ⓒ Tord-Rikard Söderström

방문객의 움직임

사람을 위한 건축물을 지향하는 윈가드는 각 건물마다 기능성(functionality)을 충족시키는 것에 중점을 둔다. 기능성은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엠포리아 쇼핑몰에서도 방문객의 자연스러운 수평적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양쪽 출입구를 연결하는 유선형 복도 공간을 설계했다. 수직 동선을 고려하며 휴식 및 이벤트 공간을 선사하는 6개의 플라자를 제안했다. 이뿐 아니라 관습적인 쇼핑몰 디자인을 극복하기 위해 공간별로 다양한 색채와 큰 사이즈의 패턴 천장 및 디테일에 차별을 두어 각각의 플라자 특성을 부각시켰다. 또 에이전시 라자에 의해 제안된 사운드 디자인으로 시각적 특성뿐 아니라 청각적 개성을 지닌 공간을 창조했다.

ⓒ Perry Nordeng

ⓒ André Pihl

도심 속 공원, 옥상정원

엠포리아는 유선형 유리 디자인과 다양한 색의 파사드 유리창, 테라조 바닥재, 삼각형 패턴의 철재 천장재 같은 재료를 조화롭고 개성 있게 사용해 건물의 특성을 드러내며, 실내 역시 각기 다른 공간의 성격을 풍부하게 완성했다. 그 외에 엠포리아의 건축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옥상정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옥상정원으로 손꼽히는 엠포리아의 옥상정원은 도심 공원 및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갖춰 방문자에게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2만7,000㎡의 넓은 공간에 조성한 옥상정원은 다양한 품종의 나무와 식물이 가득하며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파빌리온을 함께 디자인해 각종 공연과 행사를 진행하는 문화 공간으로도 손색없다.

즐거움의 건축

엠포리아는 힐리 신도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쇼핑몰이다. 일반적 쇼핑몰이 복잡한 장식 및 조명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 비해 엠포리아는 도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도심 속 새로운 휴식 공간을 선사한다. 기하학적인 외관으로 시각적 아름다움과 함께 방향에 따른 환경 특성에 맞춘 각기 다른 주 출입구를 디자인하고 다양한 시각‧청각적 경험을 주는 공간을 설계함으로써 쇼핑몰을 통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윈가드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건축을 지향하듯이, 엠포리아 역시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을 통해 계속 진화하며 새로움에 새로움을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