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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속,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해방촌의 구불구불한 골목 곳곳에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 존재한다. 독립 서점에서 문학적 양식도 쌓고, 공방에서 다양한 작품을 완성하며 이국적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해방촌 골목은 특히 가을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글_김민정(자유기고가)

사진_윤서하

해방촌은 1945년 광복 후 이북에서 내려온 이주민과 일제 강점기 때 중국이나 일본에서 살던 사람들이 귀국하면서 터를 잡은 남산 자락 비탈에 자리한 마을이다. 갈 곳 없는 이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 주민들은 1960~1970년대에 '요코'라 불리던 스웨터 가내수공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먹을 것과 입을 것 모두 부족하던 시절, 변변치 않지만 촘촘히 집을 만들어 살던 해방촌 골목. 최근에는 저렴한 월세와 물가를 찾아 모여드는 외국인으로 이태원 못지않게 이국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 외국인의 취향을 저격한 햄버거와 피자, 스테이크 전문점이 잇달아 들어서고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던 경리단길에서 밀려난 독특한 카페와 와인 바, 펍, 루프톱 바 등이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모으고 있다.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해방촌 탐방

해방촌 골목은 경사가 심하고 골목 사이사이에 이색적인 상점이 숨어 있어 해방촌 일대를 순회하는 마을버스 02번을 타고 중간중간 내려서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02번 마을버스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과 4호선 숙대입구역을 오가는 해방촌 투어 버스인 셈이다. 길 따라 놓여 있는 장독대가 정겹게 맞이하는 녹사평역 부근 마을버스 정류장 앞 ‘예술과 일상이 하나 되는 마을, 해방촌’ 표지판이 이곳부터 해방촌이 시작됨을 알린다.

낡은 해방촌 골목 곳곳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벽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도시 재생 사업인 ‘아트빌리지’, ‘그린파킹(담장 허물기)’의 일환으로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한 것. 108계단 주변에서부터 해방촌성당과 해방촌오거리에 오르는 골목에서 보성 여고생과 서울대 건축학과 학생, 주민들이 함께 작업한 재미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낡고 예스러운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해방촌성당 옆 미로처럼 이어진 비탈길로 내려가거나 신흥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된다. 신흥시장은 뒷골목처럼 컴컴하고 허름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태원과 후암동 사람들이 장보러 올 정도로 번창한 곳이었다. 그런데 어둑한 신흥시장에 얼마 전부터 저렴한 임대료와 낡음의 미학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카페와 공방, 향초 가게 등이 속속 생겨났다.

특히 시장 한쪽에는 방송인 노홍철의 ‘철든 책방’이라는 서점이 있다. 유쾌한 노홍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책방으로 스케줄이 없는 날엔 그가 직접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책방 오픈 날짜는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공지한다. 바쁜 일정으로 문을 여는 날이 많지 않아 헛걸음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로 책방 입구에는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놓여 있다. 우편함 위에는 그가 애완동물로 기르는 당나귀 인형이, 책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활짝 웃는 그의 흉상이 자리해 방문객을 미소 짓게 한다.

취향 저격, 독립 서점

해방촌 골목에는 저마다 개성을 지닌 보석 같은 독립 서점이 곳곳에 있다. 독립 서점은 대형 서점에서 취급하는 서적 외에 독립 출판물 또는 장르 출판물을 주로 선보인다. 해방촌오거리 일대에 즐비한데, 주인들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독립 서점을 방문하며 각각의 특징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학을 좋아하는 주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문학 도서를 주로 취급하는 ‘고요서사’는 문학 관련 독립 출판물도 만날 수 있다. 문학뿐 아니라 인문‧사회‧예술 관련 책도 많다. 유리창 앞에는 긴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주인이 엄선한 책을 편하게 앉아 읽을 수 있다.

별만 그려진 간판이 인상적인 ‘별책부록’은 독립 출판물 서점이지만 시, 에세이, 일러스트, 드로잉, 사진, 엽서, 디자인, 중고책, 음반, DVD, 가방, 소품까지 다양해 편집숍을 방불케 한다. 주인의 안목과 문화적 센스로 선택한 출판물이라는 믿음이 가며 문화 예술, 디자인, 건축 관련 책들이 시선을 머물게 한다.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별책부록이 요즘 어떤 책에 주목하는지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도 좋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은 상호에서 느껴지듯 사진, 여행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룬다. 영화를 전공한 주인의 이력 때문인지 여행 에세이뿐 아니라 필름 카메라, 소품 등도 갖췄다. 독립 출판으로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워크숍도 진행한다.

이색적인 카페와 공방

해방촌의 건물은 대부분 주상 복합 형태로 1층은 가게, 2층은 살림집이다. 건물이 오래되어 빈티지적인 이곳에 신개념의 복합 문화 공간 카페가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국내 1호점이라는 ‘런드리 프로젝트(Laundry Project)’는 세탁소와 카페를 접목한 공간이다. 외국인이 세탁기를 구입하지 않는 대신 세탁방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문을 열었다. 커피 머신과 함께 진열된 세탁세제가 왠지 잘 어울린다. 코인 세탁기로 빨래를 돌리는 동안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더없이 평온해 보인다.

해방촌에는 가죽, 도자기 페인팅, 액세서리, 일러스트 등 다양한 공방이 있다. 그림을 그리고, 향수를 만들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메이크 센스(Make Sense)'는 눈과 코, 입 모두를 만족시킨다. 전문 조향사가 상주해 나만의 향수, 캔들, 왁스를 만들 수 있으며 아티스트와 함께 회화, 일러스트, 팝아트를 그려볼 수도 있다. 한쪽은 카페이자 감각적인 소품과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는 숍이다. 한마디로 아이는 물론 어른들의 놀이터다.

아기자기한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토이 숍인 ‘에이미월드(Amyworld)’도 발길을 머물게 한다. 쇼윈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랑스러운 캐릭터 토이가 가득한 곳. 여행을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직접 구입한 신기한 물건이나 장난감을 진열하다 자연스럽게 판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숍 한편에는 작업 공간이 자리해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가죽 공방 ‘아이브’에서 가죽 다듬기, 재단, 염색, 부자재 부착, 완성 등 소품 제작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우지현의 출판 공방 ‘종이배문고’에서 진행하는 ‘출판공방교실’에 참가하면 직접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제본하는 그녀의 손재주를 직접 볼 수 있다.

Haebangchon, located within Seoul city, includes various cultural spaces throughout its winding alleys. Itaewon Haebangchon is especially a suitable place during fall if one desires to gain knowledge in an independent book store or create various pieces of art in 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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