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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파도 소리와 찝찔한 바닷바람이 생각나는, 탁 트인 해변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싶어지는 여름이다. 여기에 일상의 긴장을 풀어줄 와인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일 터. 여름밤, 불쾌지수가 아닌 낭만지수를 높여줄 와인을 소개한다.

글_백경화

- 와인 칼럼니스트

여름철 음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더위를 식히는 청량감은 물론 기분까지 가볍게 해주는 상큼함이 있어야 한다. 여름에 사랑받는 아이스커피는 산미가 도드라지는 콩의 비율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더위에 지친 기분을 환기하는 데는 약간의 새콤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는 청량감 또한 중요하다. 휴양지의 대표 칵테일인 모히토의 투명한 푸른 액체는 보는 순간 갈증을 사라지게 한다. 물론 여기에도 눈을 찡긋하게 만드는 기분 좋은 산미가 있다.

여름철, 술은 차갑게 마실 수 있어야 하고 도수는 낮아야 더위를 한 모금에 식힐 수 있다. 여기서 명심할 점은, 여름밤의 여유를 즐기기 위한 술 한 잔이 필요한 것이지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절과 어울리는 와인

스페인 북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갈리시아 지방의 리아스 바이사스(Rias Baixas)에서 생산하는 알바리뇨(Albarino)는 한여름의 바다를 닮은 와인이다. 복숭아 풍미가 특징으로 산도가 높은 가벼운 스타일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으로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린다. 와인의 산도는 날카롭게 찌르는 듯 강하거나 산뜻함을 더해주는 정도의 부드러움으로 나뉘는데, 알바리뇨처럼 과일 향이 주 캐릭터인 와인의 산미는 달콤한 향과 밸런스를 이루는 정도의 산미라고 할 수 있다. 지치고 입맛 없는 여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입맛을 돋우는 산미다. 마치 과즙이 가득한 청포도 한 알을 입에 넣고 깨물었을 때 느끼는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 정도이다.

산미를 즐길 수 있는 화이트 와인

산미를 즐길 수 있는 화이트 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품종은 우선 샤블리와 부르고뉴 블랑으로 대표되는 샤르도네(Chardonnay)가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이 대표 산지이면서도 올드 월드와 뉴 월드를 불문하고 많이 재배되는 화이트 와인 품종이다. 오크 친화력이 좋기에 숙성 정도에 따라서도 다른 풍미의 와인이 생산되니,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다. 샤르도네 와인의 스타일은 오크의 향을 최대한 배제한 샤블리 스타일과 오크 숙성을 통해 아로마를 극대화한 부르고뉴 블랑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샤블리는 서늘한 연둣빛이 느껴질 정도로 깨끗하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산미는 바삭바삭 부서지는 듯하다. 시원하고 깨끗한 배향을 느낄 수 있는데, 마치 눈 결정과 유리를 연상시키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산미를 지녔다. 굴과의 마리아주로도 유명한 샤블리는 그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겨울을 연상시킨다. 오크 숙성된 샤르도네의 경우 버터 향 혹은 머스크 향을 포함한 복잡한 향을 지녔다. 짭조름한 맛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맛과 향이 매우 복잡하고 다소 무거울 수 있다. 여름은 보다 자유롭고 일탈의 낭만을 경험하고 싶은 조금 더 단순하고 가벼운 와인이 어울리기에 두 스타일의 샤르도네 모두 여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화이트 와인의 또 다른 품종으로는 소비뇽 블랑(Sauvinon Blanc)이 있다. 프랑스 루아르 계곡의 푸이-퓌메와 상세르 지역이 유명하지만 보르도에서는 세미용(Semillon)과 블렌딩되어 드라이 와인에서부터 스위트 와인까지 다양한 당도의 와인이 되기도 한다.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의 경우 구즈베리 아로마를 지닌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산도를 지닌 개성 넘치는 와인이다. 이미지로 보면 샤르도네보다 젊다. 패기에 찬 청년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그럼에도 소비뇽 블랑을 여름 와인으로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도전적이나 낭만적이지 않다는 소견에서다. 과일보다 채소 향을 지닌 아로마의 이 와인은 파릇파릇한 잔디를 닮았다. 겨울의 찬 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 아직 녹지 않은 땅을 뚫고 나오는 여리지만 강한, 모순된 새싹의 이미지를 지닌 소비뇽 블랑은 여름보다는 봄 와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름 와인은 청량감이 있어야 하고, 공격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산미를 지녀야 한다. 또 아로마는 복잡하지 않으며, 가볍고 단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과일의 향과 잔꽃 향을 연상시키고 산들거리는 아로마를 지닌, 알코올 도수도 적당한 와인이어야 한다.

무더위 속 이벤트가 되어줄 와인, 알바리뇨

복숭아와 살구,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이 주는 달콤하지만 새콤한 향과 맛의 조화. 그리고 태어난 곳을 얘기하는 듯 잘 만들어진 알바리뇨에서는 짭조름한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나는 대서양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푸른 기운을 가진 낭만주의자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알바리뇨와 흔한 마리아주라고 하면 해산물을 꼽을 수 있다. 문어라든가 감칠맛이 좋은 오징어 혹은 새우, 게와 랍스터 같은 갑각류와 이들의 맛을 더욱 신선하게 끌어올려줄 셀러리, 토마토, 레몬 등의 채소와 과일. 곁들이는 식자재만 봐도 와인의 스타일이 짐작된다. 한마디로, 늘어지고 지루한 날 상큼한 자극이 될 수 있는 한여름 밤의 꿈같은 여유롭고 시원한 와인이다. 거하게 상 차릴 필요도 없다. 손질하기 쉬운 해산물과 채소 두어 가지만 준비하면 상큼한 미각 여행이 시작된다.

혹시 올여름 남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알바리뇨 한 병과 함께하라고 권하고 싶다. 잘 숙성된 민어, 서대, 금풍생이(샛서방 고기) 같은 남도 특유의 생선과 적당히 꾸덕하게 말린 반건조 생선 그리고 남도에서 먹을 수 있는 여름 보양식인 하모 유비끼(갯장어 샤부샤부)에 알바리뇨는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 보양식으로 살찌지 않고 담백한 식감으로 민어, 하모 유비끼 등을 선택했다면 반드시 알바리뇨를 챙길 것. 그 지역에서 생산한 막걸리도 한 병 마시면서 알바리뇨와 즐기는 해산물의 맛을 비교하는 미각 여행을 즐겨보자.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알바리뇨를 잔에 따를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아로마와 높은 산도 덕분에 잔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투명한 와인을 보는 순간부터 휴가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담백하게 조리한 생선 요리, 눈앞에 펼쳐진 남해의 풍광, 단향과 함께 입안을 채우는 새콤하고 가벼운 와인의 삼박자는 여름철 풍류로 모자람이 없다.

몇 해 전, 여름휴가로 완도를 여행한 적이 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나간 밤 산책 때 무심코 맡게 된 상큼한 향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데, 바로 자귀꽃 향이었다. 실크 트리(Silk Tree)라 불리는 이 나무의 꽃은 마치 여름밤에 터지는 불꽃놀이를 닮았다. 그 향이 마치 복숭아 또는 살구 향 같기도, 오렌지 향 같기도 하다. 꼭 알바리뇨의 아로마를 닮았다. 가볍지만 공허하지 않고, 기품이 있지만 고루하지 않다. 낭만적이고 사랑스럽다. 올여름도 불볕더위가 예상된다. 일상의 짜증과 더위로 인한 불쾌감은 잊고, 짧은 순간이나마 여름밤을 향기롭게 하는 자귀꽃 향을 느끼고, 매일 그리고 매년 먹는 음식에도 사소한 사치를 한 스푼 더해 일상이 이벤트가 되는 하루를 만끽해보자.

Peach and apricot, citrus-type fruits are sweet yet sour with a great combination of taste and smell. You can also taste the minerality that will tell you their place of birth in Albarino. It is as if “I am a romanticist who received the Atlantic energy”. Seafood would be the most common mariage with Albarino. Octopus, squid, or even crustaceans such as shrimp, crab, lobster along with vegetables or fruits such as celery, tomato, or lemon show what type of wine it is. In other words, it is a wine that is refreshing and dreamlike that is to be enjoyed in a day that requires some stim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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