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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수암골에는 주민들의 생활이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그림과 연탄재 아트 등 재치 넘치는 예술 작품이 골목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정겨운 수암골 골목에서 서민들의 지난 추억과 새로운 희망을 찾아보았다.

글_편집자 주

빠르게 변화는 생활 속에서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아날로그적인 것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옛 추억을 간직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암골목 1번지, 일명 ‘수암골’로 불리는 이곳은 청주를 대표하는 달동네다. 꼬불꼬불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이어진 골목에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이 모여들면서 지금까지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이어져왔다. 살기 어렵던 시절, 집도 없이 천막 아래서 지내던 피난민들이 흙으로 벽돌을 한 장 한 장 찍어내듯 만들어 지은 집들은 어찌나 튼튼한지 지금도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잿빛 시멘트 담벼락이 이어진 골목은 새벽에 일터로 향해 늦은 밤에 귀가하는 이곳 주민들의 힘겨운 생활만큼이나 어두운 골목이었다. 그러나 2008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예술가들이 ‘추억의 골목길 여행’이라는 주제로 벽화를 그리면서 서민들의 애환과 옛 정취가 가득한 벽화마을로 재탄생했다. 낡은 담장에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진 이곳은 앞집과 뒷집 담벼락과 담벼락 사이의 길이 있는 여느 골목과는 다르다. 달동네 특유의 높은 경사로 인해 뒷집 담장과 앞집 지붕 사이로 골목길이 나 있다. 앞집 지붕 위가 훤히 보여 마치 지붕 위에 올라온 듯한 좁은 골목길이 층층이 쌓여 있어 색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주민들의 삶이 녹아든 예술 작품

마을 초입에 있는 ‘수암골 벽화마을’이라는 컬러풀한 표지판이 이곳의 특색을 말해준다. 표지판 아래로는 수암골 관광안내소가 있다. 영어, 일어, 한국어로 된 수암골 아트 투어 안내서가 마련된 그곳에서 간단히 방명록을 작성하면서부터 이곳 여행이 시작된다. 안내서에는 이곳의 대표적인 그림을 사진으로 정리해놓아 어떤 그림을 찾았는지 체크해가며 감상할 수 있다.

안내소 맞은편에 친절하게 그려진 수암골 지도를 먼저 살펴본 뒤 오르막길 사이사이로 난 골목을 차례로 둘러보기로 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자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들이 나타난다. 골목 담벼락에는 이 골목이 놀이터였던 그 시절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전래동화 《해님, 달님》의 한 장면을 표현한 그림, 여러 주민들과 아이들의 메시지가 담긴 타일 아트 등 다양한 주제의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작품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곳만의 특별한 연탄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연탄은 달동네의 상징이다. 서울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연탄재지만 수암골에서는 아직도 연탄을 사용하기에 주민들이 사용한 연탄재에 그림을 그리고 메시지를 담았다. ‘우린 알아요. 당신도 따뜻한 존재라는 걸요.’, ‘힘내!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괜찮아 누구나 외롭단다.’와 같은 글들이 만화 캐릭터를 닮은 앙증맞고 귀여운 연탄재 작품에 적혀 있어 시선을 머물게 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주민들은 물론 이곳을 찾은 관광객의 가슴에 따뜻한 응원과 위로로 새겨질 것이다. 골목 중간에 연탄재 작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공방이 자리해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전하고 싶은 글을 남겨 수암골 아트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다.

수암골에서만 볼 수 있는 벽화

수암골에서는 벽화가 간판이 되고 문패가 된다. 재봉틀과 실, 바늘, 단추 등을 그려 옷 수선이 가능한 ‘기능인의 집’임을 재미있게 표시했다. 연탄 실은 리어카를 끄는 아저씨 벽화는 단순한 회화가 아닌 리어카 부분을 나무판으로 디자인해 입체적으로 완성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마치 건반 위를 걷는 듯한 피아노 골목과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그림을 그려놓은 ‘수암상회’, 빨간색 끈이 포인트인 강아지 벽화, 피에로가 청혼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이 담긴 벽화는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작품으로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한다.

‘이상한 화장실’이라는 벽화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 편의시설이 부족해 불편하던 시절, 공중화장실조차 관리 비용의 문제로 개방하지 못했던 답답한 마음을 작가들이 문이 열리지 않는 낡은 화장실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 벽화와 함께 이곳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시들이 적혀 있어 그들의 생활을 더욱 가까이 느끼고 공감하게 한다.

수암골에는 알려진 포토존이 몇 곳 있다. 공중화장실 앞 천사 날개와 아담한 텃밭과 함께 연탄재로 완성한 미디어아트 공간, 마을 가장 꼭대기에 마련된 수암골 전망대다. 청주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는 특히 멋진 야경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탁 트인 전망대에는 넓은 덱에 하트 벤치와 소망을 담아 잠근 자물쇠들이 달려 있는데,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다. 수암골 골목은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마을이기에 저녁 9시 이후에는 방문을 제한한다.

드라마 명소를 찾아서

수암골은 서민들의 정취가 서려 있어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카인과 아벨〉 등을 이곳에서 촬영해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주인공인 김탁구가 제빵왕이 되기까지 성장 과정을 담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가 빵을 만들던 ‘팔봉제빵점’은 1947년에 문을 열어 지금도 운영 중이다. 입구에는 〈제빵왕 김탁구〉 대본도 전시되어 있다.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면 그 드라마의 장면이 떠오르며 그때 그 재미와 감동을 되새길 수 있다.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 국수를 판 곳으로 등장한 ‘영광이네’도 있고 드라마 촬영 현장을 형상화한 공간, 〈제빵왕 김탁구〉 주인공들의 핸드프린팅이 전시되어 있어 드라마 덕후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Within the fast-past lifestyle of today, more and more people are trying to find the analogic item that resembles the past. ‘Suamgol’ (1-Suamgolmok Sangdang-gu, Cheongju-si, Chungcheongbuk-do) is the representative rundown dwelling area in Cheongju. The alley portrays various drawings and art pieces decorate the area which reflects the lifestyle of the residents. It is possible to go through the memories of the residents and find new hope within the Suamgol 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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